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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에 106년의 역사, 4대에 걸쳐 내려온 치즈가게 Giolito(지올리토) 다들 아시겠지만 이탈리아는 대단히 먹고 마실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파스타, 피자, 와인, 과일, 초콜릿, 살루미, 커피... 어떤 인플루언서는 과자를 추천해 주던데, 그 또한 동의할 만큼, 정말 무수히 많은 먹거리가 존재하는 나라지만, 서양 문화권에 도착한 이상, 자연의 젖을 빚어 만든 사람의 예술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바로 '치즈'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이름 난 치즈 강국입니다. 특히 다양성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치즈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하죠. 이미 전 세계의 식탁과 주방을 차지해 버린 고소한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Parmigiano-Reggiano), 피자에 올리면 쭉쭉 늘어나고, 그냥 먹어..
Bra에서 20분, 화이트 트러플을 사러 간 미식의 도시 Alba 제가 포스팅한 첫 글에도 언급했던 그 도시. Alba입니다. 제가 사는 Bra는 한국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확실히 이 도시는 특산물 덕분에 어느 정도 알려진 터라, 기차에서 내리는 시점에서 지나가는 커플의 한국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단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이곳에 방문한 관광객의 영어도 쉽게 들을 수 있었죠. '도시를 대표하는 상품이 멀고 자그마한 도시까지 사람들을 끌어들이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걸어갔습니다. 화이트 트러플을 구하러 말이죠.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햇볕과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코트를 맡기며 가볍게 도시를 산책해 봤습니다. Alba, '알바'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새벽'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어원에 대해서는 그리 유력한 설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이름은..
Bra에 125년 역사의 카페Bar이자 제과점Pasticceria. "Bar Pasticceria Converso Bra" 일반적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추천받는 장소가 여럿 있죠. 미식의 나라라고 하니 맛있는 파스타집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물론, 가이드를 끼고서 힘겹게 보는 미술관,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장소, 1시간마다 들리는 종소리와 함께 스스로가 이탈리아에 있다는 경종을 울리게 하는 높고 아름다운 성당, 그리고 반드시 손꼽히는 장소 중 하나는 역사적인 카페(Bar)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피에몬테의 작은 소도시 Bra에도 올해로 125년의 역사를 가진 살아있는 역사책이자 주민들의 쉼터로써 느티나무처럼 자리를 지키는 Bar가 있는데요. 오늘 여러분께 이 곳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901년, 펠리체 콘베르소(Felice Converso, 정확히는 창업자의 손자인)는 ..
냉면, 시대를 반영하는 차가운 맛(음식 인류학, 미식과학대학교, 2026. 01. 20) 소개 냉면, 차가운 맛의 진화 이 글을 쓰는 지금, 구글에서 한국의 기온을 확인해 보니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전혀 놀랍지 않은 사실은, 바로 이 순간에도 얼음처럼 차가운 국물에 담긴 냉면을 파는 식당들의 후기가 온라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입니다.모든 음식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영하의 추위 속에서 냉면을 즐기는 이 역설적인 모습은 냉면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 특유의 문화, 역사, 그리고 민족지학적 서사를 구현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재밌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 냉면만큼 끊임없이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음식도 드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명확히 하자면, 한국 냉면은 크게 국물에 말..
상업과 인간의 경계에서 : Bra의 금요일 시장(Il Mercato del venerdì a Bra) 시장(Market)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나요? 비린내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고등어와 꽁치와 해산물들.자극적인 붉은 조명을 쬐며 썰리기를 기다리는 돼지고기와 쇠고깃덩어리.'빠게스'에 담긴 과일과 채소들, 허리를 굽히며 천천히 물건을 집고 살펴보는 할머니들.호떡, 붕어빵, 보글보글 끓고 있는 떡볶이와 김을 모락모락 풍기는 '오뎅'들까지... 우선 저와 같은 MZ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시장이라는 말보다 마트(Mart)라는 말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당장 저도 한국에서는 집 근처에 시장이 열더라도 굳이 조금 더 가서 대형마트로 가서 장을 보기도 했죠.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 번째로는 편리함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프랜차이즈화 된 마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든 상품을 이용자의 편의..
N.5 이탈리아에 도착한 후 해야하는 것들, 세금 번호(Codice fiscale) 발급받기 안전하게 이탈리아에 도착하셨길 바랍니다. 이탈리아의 높고 푸른 하늘과 그것을 담은 공기가 느껴지시나요?숙소에 짐을 풀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에스프레소 한 잔의 여유가 생겼다면, 저는 지금부터 여러분이 이탈리아에서 헤쳐나가야할 '지난한' 서류 작업에 대해 말씀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아마 비자를 검색하다가, 또는 우연찮게 관련 검색어로 이탈리아 체류허가증(Permesso di Soggiorno) 이라던지, 제가 오늘 말씀드릴 세금 번호(Codice fiscale)에 대해서 보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단언컨대, 만사를 제쳐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물론 병행해서 하시게 되겠지만)은 바로 이 세금 번호(Codice Fiscale)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
"그럼 이탈리아로 요리를 배우러 가요?" "아뇨, 미식을 배우러 갑니다" 생소하죠. 물론입니다. '미식'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일반적으로 우리는 '경험'을 생각할 것입니다. 오마카세에서 먹은 비싸지만 훌륭했던 한 접시의 예술, 제철을 맞아 먹었던 맛난 식재료 등, 맛있게 먹었던 무언가가 여러분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허나 제가 이 학교에서 쇠고기 안심스테이크에 푸아그라와 얇게 저민 트러플을 한 움큼 올려주는 요리 따위를 배울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우는 걸까요? 아니, 그전에 '미식'이란 무엇일까요? "미식(美食)은 좋은 음식을 뜻하는 말이며, 좋은 음식을 맛보고 연구하는 것은 미식학, 좋은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사람은 미식가라고 한다." 좋은 음식,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음식일까요? 맛있는 음식?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음식? 기후 변화에 ..
가락국수, 따뜻한 가락의 국수(제 2회 ‘나의 인생 면요리’ 에세이 공모전 작품) 서해안 고속도로가 아직 개통되지 않았던 때일 테다. 기억 속을 헤집어본다. 분명 그 자동차였을 것이다. 기아 프라이드, 일면식 없는 그의 친구들은 차디찬 동장군을 맞이하며 굼벵이 같은 걸음으로 뜨겁고 답답한 연기를 내뿜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하염없이 지도를 보는 어머니의 모습, 잠이 들어버린 두 아들내미, 그리고 외롭게 지루하게 그리고 걱정스럽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젊은 아버지의 모습까지, 우리의 모습은 예고 없이 찍힌 연속 사진처럼 미동을 보기 힘들었다. "설 귀성길 차량 행렬이 절정에 달한 오늘, 폭설까지 겹치며 곳곳이 심한 정체를 보입니다. 빙판길 운전에 유의하셔야…." 앵무새처럼 똑같은 소리를 하는 57분 교통정보는 도대체 몇 번째 듣는 것이며 더 들어야 하는 건지.그저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