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포스팅한 첫 글에도 언급했던 그 도시. Alba입니다.
제가 사는 Bra는 한국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확실히 이 도시는 특산물 덕분에 어느 정도 알려진 터라, 기차에서 내리는 시점에서 지나가는 커플의 한국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비단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이곳에 방문한 관광객의 영어도 쉽게 들을 수 있었죠. '도시를 대표하는 상품이 멀고 자그마한 도시까지 사람들을 끌어들이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걸어갔습니다. 화이트 트러플을 구하러 말이죠.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햇볕과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코트를 맡기며 가볍게 도시를 산책해 봤습니다.
Alba, '알바'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새벽'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어원에 대해서는 그리 유력한 설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이름은 리구리아 - 켈트계의 이름으로, '하얀 도시(Citta' bianca)'를 의미한다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진 설입니다.
신석기시대부터 이 지역에 주거 집단이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기원전 1세기 무렵, 로마시대 때 도로를 건설하면서 도시로 공식 인정받고, 이때부터 ‘알바 폼페이아(Alba Pompeia)’ 라고 불리게 됩니다.
중세시대,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에 알바는 질곡의 역사를 겪게 되는데요, 오스트로고트, 부르군트, 비잔틴, 롬바르드, 프랑크, 헝가리계, 사라센 등 여러 세력의 침입과 약탈을 반복적으로 겪습니다. 11세기경 알바는 자치 도시국가로 발전하며 북이탈리아 도시 연맹인 롬바르드 동맹(Lega Lombarda)의 일원이 됩니다.
18세기에는 나폴레옹이 피에몬테를 점령하며 알바 공화국(Repubblica di Alba)이 선포되었는데요, 이는 프랑스혁명 이념을 추종하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입성을 환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불과 이틀 남짓 후에 휴전이 체결되어 공화국이 해체됩니다
그렇게 알바는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과정에서 사보이 왕가가 주도한 이탈리아 왕국에 편입되며, 인근 농촌의 농산물들을 모아 가공 (와인 양조, 트러플, 복숭아 등),거래와 유통, 주민들과 관광객이 소비하는 도시로 변화하게 됩니다.







소도시 특유의 조용함과 관광객이 혼재된 공간이 어우러진 쇼핑 구역도 찾아볼 수 있었고, 사진과 같은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레스토랑, 그리고 특색 있는 Bar도 볼 수 있었습니다. Bar는 친구에게 추천받고 제가 직접 방문해 봤는데요, 주인분께서 영어도 능숙하시고 친절하게 대접해 주시는 것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물론 프렌치 프레스, 콜드드립 커피도 맛볼 수 있는 가게이니 기회가 되시면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 1.3유로, 자릿세 1인당 0,3유로)
커피 한잔과 공간을 기억에 남기고 트러플을 사러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트러플의 제철이 아닙니다. 보통 10월부터 1월까지 채취가 끝나기 때문이고 이 사진들은 2월에 방문해서 찍은 것들입니다만, 화이트 트러플의 향이나 맛과 식감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에서 기인한 궁금증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죠.
비좁은 가게였지만 알뜰하게도 수많은 제품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트러플을 이용한 치즈, 살라미, 파스타, 그 외에 수많은 가공식품들, 헤이즐넛, 와인까지, 그야말로 알바의 특산물을 가게에 압축시켜 놓은 듯했습니다. 저는 21유로에 화이트 트러플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사장님께 트러플에 관련된 정보들을 물어봤는데요. 그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가장 좋은 트러플을 먹으려면 10월 초(개인적으로 중순도 괜찮다고 봅니다)에 알바에 올 것
-트러플은 채취 후 2주까지는 보관을 잘하면 어느 정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 구입 후 냉장보관 할 것. 3일 이내에는 먹을 것
-지금 가게에서 판매하는(2월) 것들은 1월에 채취하고 남은 것들이다.(그래서 가격이 싼 것일 수도 있고, 향이 강하진 않습니다)
-타야린(피에몬테의 생면 파스타 종류로, 얇은 두께가 특징)과 트러플로 파스타 요리를 한다면, 버터를 타지 않게 데우고, 삶은 파스타에 치즈만 뿌리고 트러플을 슬라이스 해서 내면 된다.
어눌한 이탈리아어를 이용하여 말을 걸고 귀를 쫑긋 세워서 들었지만, 제가 잘 이해한 것이길 바라며, 가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석양이 지며 더욱 빛나는 하얀 도시의 거리가 보였습니다.






알바는 2017년 10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에서 미식 분야(City of Gastronomy) 창의도시로 지정되었는데요, 이는 알바의 풍부한 식재료, 전통 요리, 그리고 미식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또한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피에몬테의 포도밭 경관: 랑게-로에로와 몬페라토'의 핵심 도시이기도 하죠. Bra의 옆 동네에 위치한 마을답게 슬로푸드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며 여러분에게 '누텔라'와 '페레로 로쉐'로 익숙한 페레로(Ferrero)의 본사가 이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탈리아가 '조상 잘 만나서 잘 사는 국가'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일조량이 풍부한 지중해성 기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 르네상스의 발상지, 금융업의 중심지, 끝도 없이 많은 아름다운 성당과 건축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탈리아 요리 문화 등...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노고와 계승이 없다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환상을 품는 것도 그것을 구현시키는 것도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자, 끝으로 화이트 트러플을 먹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간단한 느낌과 함께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우선 트러플을 썰어서 그냥 먹어봤는데요, '향 밖에 없는 음식'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분명 특유의 맛이 있었고, 감자와 같은 뿌리식물을 연상케 하는 식감, 불쾌하지 않은 정도의 아린 맛, 고소한 맛, 굳이 비슷한 걸 이야기하자면 '예루살렘 아티초크(Jerusalem artichoke, 돼지감자)'와 비슷한 식감이 느껴졌습니다.
와인은 혼자 마실만큼의 소량을 저렴하게 사 왔는데요, 비싸지 않아도 괜찮은 와인이라고 생각하니 한번 드셔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Nebbiolo는 피에몬테에서 주로 재배하는 레드 와인 품종의 포도이며, '알바의 네비올로'라는 뜻입니다)
1~2분 정도만 소금물에 삶아서 건진 뒤 버터와 치즈를 훌훌 뿌리고 위에 얇게 자른 트러플을 올려서 먹었습니다. 트러플의 향과 맛, 식감, 버터와 치즈에 버무려진 고소한 맛의 파스타가 일체가 되는, 트러플을 맛있게 즐기는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개인적으로 너무 얇으면 안 되고 시중에 파는 얇은 감자칩보다는 조금만 더 두꺼운 게 좋았습니다)
하얀 도시에서 또 한 번 익어갈 단풍을 기다려봅니다.
출처 :
Alba | Piedmont, Langhe Hills & Truffles | Britannica
Alba, town, Piedmont regione, northwestern Italy, lying along the Tanaro River southeast of Turin. It occupies the site of the Roman Alba Pompeia, which was probably founded by Pompeius Strabo (consul, 89 bce) when he constructed the road from Aquae Statie
www.britannica.com
https://it.wikipedia.org/wiki/Storia_di_Alba?utm_source
https://www.tartufiratt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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