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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산다는 것

Bra에 106년의 역사, 4대에 걸쳐 내려온 치즈가게 Giolito(지올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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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게는 냄새부터 대형마트의 느낌을 압도한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탈리아는 대단히 먹고 마실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파스타, 피자, 와인, 과일, 초콜릿, 살루미, 커피... 어떤 인플루언서는 과자를 추천해 주던데, 그 또한 동의할 만큼, 정말 무수히 많은 먹거리가 존재하는 나라지만, 서양 문화권에 도착한 이상, 자연의 젖을 빚어 만든 사람의 예술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바로 '치즈'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이름 난 치즈 강국입니다. 특히 다양성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치즈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하죠. 이미 전 세계의 식탁과 주방을 차지해 버린 고소한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Parmigiano-Reggiano), 피자에 올리면 쭉쭉 늘어나고, 그냥 먹어도 정말 맛있는 모짜렐라와 물소젖으로 만든 모짜렐라 디 부팔라(Mozzarella di Bufala), 콤콤하고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블루치즈 고르곤졸라(Gorgonzola) 등등.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즈만 500여 종이 넘고, 각 마을의 소규모 농가에서 만드는 변형 치즈까지 합산하면 2500종 이상의 치즈가 존재한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은 가장 큰 행정구역 단위 순으로 '피에몬테' - '쿠네오' - '브라' 에 속해 있는데요. 예로부터 피에몬테의 쿠네오는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구역으로 탁월한 낙농업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높은 품질의 치즈를 생산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인데요. 오늘은 Bra에 유서 깊은 치즈가게, Giolito로 가서 훌륭한 쿠네오의 치즈를 보여드리고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팁 : 이탈리아에서 치즈가게는 흔히 'Caseificio' , 'Latteria', 'Formaggeria' 라고 부릅니다. 여행을 하시다가 근방에 치즈가게를 가보고 싶으시다면 위에 이탈리아어 명칭을 검색하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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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풍미를 담을 수 있다면,

 

아! 여러분들이 이 사진 속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맡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 맡는다면 고약한 냄새라고 느끼고 머무르기를 꺼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보신다면 친절하게 여러분을 맞이하는 치즈가게 직원분이 별미를 맛볼 기회를 줄 것입니다. 저는 이탈리아어로 직원 분과 소통했지만,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치즈는 소량으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원하는 그람 수를 말씀해주시면 완전히 정확히는 떨어지지 않아도 비슷한 수치로 잘라주십니다. 또한 시식을 원하시면 큰 칼에 치즈를 살포시 얹어서 드리니 맛을 보고 사셔도 무방합니다. 또한 기내로 가져가시는 분들을 위해 진공포장도 해드리는 것 같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우유와 같은 다른 유제품류도 구입이 가능하고, 손님이 계셔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입구 왼쪽에 와인과 피에몬테의 특산물을 파는 작은 부스도 마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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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아름다운 치즈들. 세번째 사진은 내가 구입한 쿠네오의 치즈들

 

 

 

제가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쿠네오의 대표적인 치즈를 사는 것과 동시에 그 치즈들 중 Bra의 대표적인 치즈인 Bra 'DOP'(유럽연합 원산지 명칭 보호)를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가게는 그 치즈를 훌륭하게 숙성하는 저장고이자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그럼 제가 구입한 쿠네오의 대표적인 5가지 치즈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Bra DOP (Tenero, Duro)

 

제가 사는 마을 Bra에서 유래한 이름의 치즈인데요. 과거 알프스 산맥의 목동들이 산에서 치즈를 만든 뒤, 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브라 마을로 내려와 치즈를 숙성시키고 판매했던 역사에서 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흔히 우유로 만들어지고, 숙성기간에 따라 Tenero와 Duro로 나눠집니다. 

 

     -브라 테네로 (Bra Tenero)

  • 숙성: 최소 45일의 짧은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 특징: 질감이 유연하고 부드러우며(Tenero는 이탈리아어로 '부드러운'을 뜻함), 껍질이 얇고 밝은 회백색이나 연한 노란색을 띱니다.
  • 의견: 개인적으로 신선한 우유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크림같은 질감이 느껴져서 호불호 없이 드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브라 두로 (Bra Duro)
    • 숙성: 최소 6개월(180일) 이상 길게 숙성시킵니다.
    • 특징: 수분이 빠져나가 질감이 단단해지고 약간 부서지기 쉬운 형태(Duro는 '단단한'을 뜻함)가 됩니다. 껍질은 두꺼워지고 짙은 갈색이나 황토색을 띱니다.
    • 의견: 숙성되면서 질감이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 있지만, '반경성' 정도에 해당되는 식감이며,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고소한 맛, 아주 약간의 톡쏘는 맛이 느껴집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파스타나 리소토 등에 먹으면 흘륭할 듯 합니다.

2. Raschera d' Alpeggio DOP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쿠네오 현의 몬레갈레세(Monregalese) 알프스 산악 지대에서 생산되는 유서 깊은 반경질(Semi-hard) 치즈입니다. 이 치즈의 이름은 알프스 몽조이에(Mongioie) 산기슭에 있는 '라스케라 호수(Lago Raschera)'와 그 주변의 목초지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또한 우유를 주 원료로하지만, 양젖이나 염소젖을 소량 섞어서 특색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라스케라 달페지오 DOP (Raschera d'Alpeggio DOP)해발 900m 이상의 고산 지대 방목장(Alpeggio)에서 여름철(6월~10월)에만 한정 생산되는 최고급 라인입니다. 소들이 야생화와 신선한 고산 허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치즈의 풍미가 훨씬 깊고, 노란색을 띠며 고소한 버터 향과 허브 향이 강렬합니다.

 

  • 특징: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속살은 상아색이나 연한 노란색을 띱니다. 미세한 구멍이 송송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의견: 강한 치즈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살짝 놀랄 수 있습니다. 고소한 맛, 나물을 연상시키는 씁쓸한 맛과 톡쏘는 맛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라스케라 DOP보다는 라스케라 달페지오 DOP가 훨씬 특색있으니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후자를 사시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3. Toma Piemontese DOP

 

토마 피에몬테세(Toma Piemontese) DOP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전역(쿠네오 현 포함)에서 생산되는 가장 상징적이고 역사 깊은 치즈 중 하나입니다. '토마(Toma)'라는 단어 자체가 알프스 산악 지대 농가에서 만드는 전통적인 둥근 치즈를 통칭하는 고유 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피에몬테 사람들의 식탁에 가장 친숙하고 자주 오르는 치즈입니다. 소젖 100%로 만들며

유지방 함량(우유를 탈지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Toma Piemontese Latte intero, Semigrasso)로 나뉘지만 제가 구입한 'Latte intero' 를 소개하겠습니다.

 

-토마 피에몬테세 라테 인테로 (Latte Intero / 전유 치즈):

  • 지방을 빼지 않은 온전한 우유로 만듭니다.
  • 특징: 질감이 매우 부드럽고 쫄깃하며, 껍질은 연한 노란색, 베이지색을 띕니다.
  • 의견 : 뭉쳐진 크림같은 식감, 냄새도 적고 고소한 우유맛이 나는 치즈라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치즈 초보자 분들에게 권장드립니다.

4. Castelmagno DOP Alpeggio

 

피에몬테 주 쿠네오 현을 넘어 이탈리아 전체에서도 가장 진귀하고 값비싼 치즈 중 하나로 꼽히며(실제로도 구입한 치즈 중 가장 비쌉니다), 흔히 '피에몬테 치즈의 왕'이라고 불립니다. 12세기부터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과거에는 세금 대신 카스텔마뇨 치즈로 납부했을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치즈는 쿠네오 현의 그라나 계곡(Valle Grana)에 위치한 단 세 개의 산골 마을(카스텔마뇨, 프라들레베스, 몬테로소 그라나)에서만 생산되어야 DOP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도에 따라 일반 카스텔마뇨와 고산 방목(Alpeggio, 달페지오) 카스텔마뇨로 나뉘며, 달페지오 버전은 생산량이 매우 적어 더욱 희귀합니다.

우유를 주로 이용하지만 양젖이나 염소젖을 소량 섞을 수 있습니다.

 

  • 특징: 치즈는 단단하면서도 툭툭 부서지기 쉬운(Friabile) 아주 독특한 질감을 가집니다. 입안에 넣으면 모래알처럼 부서지다가 이내 침과 섞여 크리미하게 녹아내립니다.
  • 의견: 우유의 고소한 맛과 산미가 도드라지고 짠맛과 감칠맛이 응축되고 톡쏘는 향이 놀라웠던,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치즈였습니다. (돈 넣은만큼 맛이 나왔다는..) 치즈의 강한 풍미에도 익숙한 분들이 드시는게 좋을 듯합니다.

이외에 'Murazzano DOP' 라고 하는 치즈도 구입하려했으나 가게에 없어서 나중에 따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팁 : '알페지오(Alpeggio)'는 이탈리아어로 '고산 방목' 또는 '여름철 고산 목초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치즈의 이름 뒤에 '달페지오(d'Alpeggio, 알페지오의)'라는 말이 붙으면, 치즈의 품질과 등급이 훨씬 높아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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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진 왼쪽부터, Raschera d' Alpeggio DOP, Toma Piemontese DOP, 둘째 줄 왼쪽부터 Bra DOP Tenero, Duro 가장 오른편의 치즈가 Castelmagno DOP Alpeggio

 

그렇게 치즈를 열심히 손으로 뜯어먹으며 쓴 이 글을 슬슬 마무리 짓고자합니다.

여러분이 이탈리아 어디에 위치해있고 어디를 여행하든, 자연과 인간이 낳은 독특한 향과 빼어난 맛을 가진 이 보석들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기에, 여러분들의 이탈리아 여행 일정에 치즈를 빼놓는다는 것은 적지않은 손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피에몬테를 방문하신다면 위에 언급한 치즈들을,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탈리아의 광활한 치즈 세계에 발을 한껏 담그며 진한 미각의 경험을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칼 한 자루와 맛있는 치즈만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앤서니 보댕(Anthony Bour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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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a Giovanni Giolitti, 12042 Bra CN,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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