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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산다는 것

"그럼 이탈리아 어느 도시로 가세요?" "브라(Bra)요."

(글쎄, 진짜 이름이 그렇다니까요?)

"네??"

"브라요. 들으신 게 맞아요."

.

.

한 번에 알아들으신 분이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는 사실, 이유는 판단에 맡겨봅니다.

 

아무튼 제가 머물고 있는 도시, 제가 다니는 미식과학대학교(UNISG)에서 버스로 약 15분 정도 떨어진 이 도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드려 볼까 합니다.

 

앞선 소개 글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이곳은 피에몬테의 남부 '쿠네오' 지방의 도시이며 인구는 약 3만 명 정도입니다.

저 특이한 도시명의 어원은 독일, 롬바르드계 용어 "brayde(영주의 목초, 땅)"에서 유래했고, 이 땅을 받은 귀족 가문 De Brayda의 이름이 도시의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참고로 브라 사람을 이탈리아어로는 Braidese(브라이데제)라고 부릅니다.

 

중세시대(이탈리아 왕국)부터 상업의 거점으로 활용되어 온 도시이기도 한데요. 중세 이후 브라는 포도 재배와 농업, 가죽·삼(hemp) 가공, 치즈 생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으로 성장했습니다. 17–18세기(사보이 공국, 사르데냐 왕국)에는 상업과 신앙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역적인 교역·문화의 교차점이 되었고, 이 시기의 번영이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바로크 양식의 교회·궁전들(산타 키아라 성당, 산탄드레아 성당 등)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1687년에 완공된 바로크 양식의 교회, Chiesa parrocchiale di Sant`Andrea Apostolo

 

현대에 들어서 1980년대 이곳 출신 활동가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가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을 창시하면서, 브라는 전 세계 미식·식문화 담론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슬로푸드는 전통 조리법·지역 농업·생물다양성 보존을 강조하며, 브라에서는 국제 치즈 축제 및 음식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음식이 유명할까요? 우선 앞서 언급한 치즈부터 말씀드리면 도시의 이름을 딴 '브라 dop(원산지 보호 명칭)', 그리고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치즈들, 라스케라(Raschera), 카스텔마뇨(Castelmagno), 토미노(Tomino), 등이 있고,

마찬가지로 도시의 이름을 딴 익히지 않은 소시지, 살시치아 디 브라(Salsiccia di Bra)가 도시의 명물이기도 합니다.

또한 랑게, 바롤로를 인근에 둔 도시인만큼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와인들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죠.

그 밖에 피에몬테의 음식들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데요, 제가 요리사였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에 새로 지면을 할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전채요리 중 하나인 핀지모니오(Pinzimonio), 피에몬테에서는 각종 생채소에 올리브 오일을 찍어 먹는다. 오일 뒤에 보이는 소시지가 살시치아 디 브라(Salsiccia di Bra)이다.

 

많은 한국분들이 이탈리아를 간다고 하면 나폴리,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같은 대도시 위주로 여행을 하는 만큼, 소도시인 이곳은 대도시에서 볼 수 없는 면모들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느낀 것 중에 놀랐던 점은 앉아서 커피를 마셔도 추가비용을 받지 않는 카페가 더러 있고, 가방을 버젓이 바닥에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아무 걱정이 없다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이탈리아 하면 소매치기와 같은 치안문제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이 대단히 많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한결 마음을 놓으셔도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Bra 기차역부터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의 번화가

 

저는 이곳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도시를 하루 이틀쯤은 여행 계획에 넣어도 괜찮은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끼어서  미술 작품을 봐야 하는 북적거리는 미술관도,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소도 딱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가 멀지 않기에 다른 소도시보다 영어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고, 도시의 소음을 벗어난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의 풍광과 '슬로푸드'처럼 조금 느긋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훌륭한 먹거리까지. 휴식을 필요로 하는 여행자에게 안식을 주는 곳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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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의 아름다운 경치

 

 

출처 : https://www.unisg.it/en/student-life/life-in-bra/

https://www.visitlmr.it/en/itineraries/urban/bra/the-baroque-taste-of-bra?utm_source=open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