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다 만 31살의 나이에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주' 쿠네오 '현' 브라(Bra)라는 코무네에('주' 는 가장 넓은 단위의 행정구역, '현' 은 도 또는 광역시, 코무네는 시 또는 구 정도의 구역) 있는 더 작은 마을, '폴렌조' 라는 곳에 위치한 Università degli Studi di Scienze Gastronomiche(미식과학대학교)에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굳이 한국어로 말하면 폴렌조 '동' 정도 되겠네요.)

많은 분들이 저의 직업을 고려해서 이탈리아 대학교를 간다고 하니, 많은 요리사들이 그러하듯 요리를 배우러 가는 것이냐고 물어봤습니다만, 제가 지원한 과정은 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닌,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들 가령 역사, 지속가능성, 세계의 음식 문화, 사회학적 관점 등을 배우는 곳입니다. 주방에서 신물 나게 하던 '미장'과 오븐과 프라이팬과 불에서 벗어나 펜과 책과 캠퍼스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제가 요리를 비단 제조업이 아닌 인문학적으로 이해하려는 갈망이 늘 마음속에 들끓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네요.
제가 이탈리아를 워낙 좋아하는 만큼 평소에 이탈리아에 환상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잦았는데요, 그들에게도 이 대학교, 더 나아가 제가 위치에 대해 생소한 곳이라는 대답을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분들에게 이탈리아에 대해 물어보면 작년 또는 재작년에 간 로마, 피렌체, 밀라노 또는 여름에 수영복을 챙겨서 포지타노나 아말피에 갔다가 산채로 구워지는 줄 알았다는 등에 답을 제일 많이 듣게 되니까요.

물론 이곳이 아예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미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바롤로`에 대해 아실 텐데요. 동시에 마을 이름이기도 한 그 와인 산지는 제가 있는 곳에서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고, 한국에서는 먹기 대단히 어려운 백송로버섯, 화이트 트러플의 산지, `알바`가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기도 합니다. 즉 미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저의 주변 도시에 대해 들어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제가 이곳에 오게 된 과정과 도움이 될만한 팁들, 이탈리아에서의 삶, 그리고 Bra라는 이름의 도시와 폴렌조, 더 나아가 쿠네오와 피에몬테라는 이 생소하지만 유서 깊은 역사의 땅에 대해 여러분들께 지루하지 않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모종의 글들을 통해 여러분들이 관광지를 벗어난 이탈리아 북부의 고색창연한 하늘과 산맥과 그것들과 함께 인간이 담아낸 이야기를 음미하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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